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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 떴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때문에 남자는 당황했다. 남자는 몽롱한 기운을 느끼며 주위를 손으로 더듬어 나갔다. 하지만 알 수 있는건 자신의 오른편에 벽이 있다는 사실 뿐이였다. 그는 벽에 몸을 기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절그럭.
반사적으로 아래를 내려다 봤다. 소리는 분명 발에서 났다.
그는 문득 발목 부분에 묵직한 무언가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슬쩍 오른쪽 발목을 들었다.
절그럭.
상당히 무겁다는 사실을 제외 하더라도 ‘절그럭’ 하는 소리는 쇠사슬 소리가 틀림없었다.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 발목 부근을 더듬었다.
차가운 감각이 손으로 전해졌다.
그의 발목엔 족쇄가 차여져 있었고, 한쪽으로 꽤 굵은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그는 쇠사슬을 잡고 당기면서 쇠사슬이 묶여 있을 법한 곳으로 걸어갔다.
쇠사슬의 끝은 그가 등졌던 벽의 맞은편에 있었고, 몇걸음 가지 않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발목을 묶은 쇠사슬의 끝엔 또 다른 누군가의 발목이 있었다.
그는 당황했지만 차근차근 발목부터 그 사람의 몸을 더듬어 나가기 시작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어떤 식으로 누워 있는 것인지 어둠속에선 판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발목은 가늘고 매끄러웠다. 그의 손이 올라간 허벅지도 성인이라고 생각하기엔 힘들었다. 그렇게 그의 손은 다른 누군가를 더듬어 올라 갔으며, 그는 한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여자 아이인가.’
나이도 어린것 같았다. 그는 산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많은 몸을 손으로 익혀왔기에, 눈에 보이진 않지만 대강의 골격 구조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많아봤자 열여섯? 열일곱?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의 손은 여자 아이의 목을 타고 얼굴로 올라갔다. 긴 머리칼이 그의 손을 간질였다.
아이의 얼굴에 손을 가져간 그는 순간 의문에 빠졌다.
‘이게 뭐지?’
아이의 목위를 더듬었을 때, 그는 피부의 감촉을 느낄 수 없었다. 그가 느낀 감각은 딱딱함, 건조함. 그러면서도 맨들맨들한, 그런 감각이였다. 그는 곧 그것이 가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이 아이가 왜 가면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가득했지만 일단 주위를 밝히는게 더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바닥은 차가웠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고, 공기는 텁텁했다. 때문에 그는 이곳이 실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실내라면 창문이나 불을 밝힐 무엇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밝힐 그 무엇을 찾기 시작했다.
절그럭 거리면서 그는 쇠사슬이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그는 탁자-로 짐작되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탁자 위를 쓸었고, 어떤 물건을 손에 잡을 수 있었다. 라이터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라이터를 켰다.
탁.
순간 불이 켜지면서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불이라 밝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어떤 곳에 서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와 어떤 아이가 함께 있는 회색의 방이였다. 회색 벽돌로 치밀하게 짜여진 벽과 야트막한 천장이 방에서 볼수 있는 특색의 전부였다.
방을 둘러보다가 문득 아이가 생각나 뒤로 돌아섰다.
“아.”
그는 소녀의 얼굴을 보고 숨이 멎을뻔 했다. 소녀의 얼굴에 씌어진 가면엔 한쌍의 눈만이 세밀하게 그려져있어, 얼핏 본다면 코와 입이 없는것 처럼 보여졌다.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검정 머리칼을 길게 흐트리고 가면을 쓴채 바닥 한쪽에 널브러져 있었는데, 옷은 하얀 블라우스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걸치고 있던 검정 코트를 소녀의 몸위에 덮은뒤 방을 좀더 살폈다.
방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의 모습보다는 복도에 더 가까운것 같았다. 그가 쓰러져있던 오른쪽 벽면과, 소녀가 쓰러져있는 왼쪽 벽면. 그리고 그 뒷쪽에는 라이터가 놓여있었던 탁자가 있고, 앞에는 빛이 닿지 않는곳에 그림자가 가득했다. 아무래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녀를 깨워야 할 것 같았다.
그는 소녀를 흔들어 깨웠다
“으응.”
그는 부시럭거리며 일어나는 소녀를 보며 말했다.
“괜찮습니까?”
소녀는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손으로 그를 가리키곤 고개를 기울였다. 그는 그 몸짓을 그가 누구냐는 의미로 해석했다.
“당신과 나는 서로 족쇄로 묶인채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먼저 깨어났고,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먼저 깨우는 것 보다는 주위를 파악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했고, 방의 한켠에서 이 라이터를 발견했습니다. 불행히도 이 방에선 더이상 발견될 것이 없었고 이 방에서 더 나아가고자 했으나 당신의 발목과 연결된 족쇄 때문에 불가능했습니다. 물론 현재 이 쇠사슬을 끊을 수단은 존재하지 않고, 그때문에 우리는 좀더 나아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시 소녀의 얼굴을 살폈다. 습관적인 행동이였고, 소녀의 얼굴은 가면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는걸 알고는 말을이었다.
“그리고, 저는 아래빛의 사제 케아룬 입니다. 하지만 그 증거라고 할만한 것은 없군요. 이곳에서 깨어나기 전날 저는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사원에서 잠들었었습니다. 이곳이 어디인지, 왜 이곳에 왔는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왜 알지못하는 당신과 함께인지도.”
이제 소녀가 말할 차례라고 생각하곤, 소녀가 말을 할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소녀는 고개를 끄덕거린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어색해질쯤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소녀는 입열다가 작은 신음과 함께 그만두었다. 소녀는 입주위를 손으로 가리키곤 손가락으로 가위표를 만들어보였다.
“말을 못합니까? 태어날때 부터?”
소녀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바닥을 가리켰다.
“여기서 잠을 깨곤?”
소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미간을 살짝좁혔다. 그때 소녀가 그의 손을 잡아 끌고는 그의 손바닥위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엘린. 기억 안나. 입 아파.’
“엘린은 이름, 기억나지 않는다는건 이곳에서 깨어나기전 무슨일이 잇엇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말을 못하는 것과 입이 아픈것은 서로 연관을 가진다…… 맞습니까?”
소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일단 가면을 벗는것이 좋겠군요. 들고 계시겠습니까?”
소녀가 라이터를 받아들고 그에게 등을 보이고 앉자, 그는 머리카락을 헤집어 가면을 묶은 가죽을 찾았다. 그는 그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발견하고는 작게 잇소리를 냈다.
“안되겠습니다. 이건……”
그의 말에 소녀는 살짝 고개를 틀었다. 그가 아무말이 없자 소녀는 자신의 머리를 빗어내려 가죽이 묶인 부분을 찾아냈다. 소녀는 손끝으로 차가운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자물쇠군요. 누군가 가면을 벗지못하게 하기위해서 이런 짓을 한 것 같습니다. 가면도 두꺼워서 지금은 어떻게 해볼 방도가 없는것 같군요.”
가면을 벗겨낼 수 없다는걸 알자 소녀는 다시 그를 마주보며 앉았다.
소녀의 가면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소녀는 걷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주 갈림길과 막다른 길을 마주하게 되었고, 케아룬은 이곳이 미로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그 사실을 알게되자 처음 있던 그곳에서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지워졌다. 누군가가 이런 미로속에 그 둘을 방치했다면 , 무엇보다도 아무런 생각없이 방향을 꺾어온 덕분에 처음 출발 했던 시작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좀더 걷다가 여덟번째 막다른 길을 발견했다. 그가 아무말 없이 되돌아 가려고 했을때, ‘차르륵’ 소리가 나면서 소녀가 주저 앉았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에게 동행인이 있다는걸 기억해냈다.
“아. 죄송합니다.”
소녀는 숨을 몰아쉬면서 손만을 빠르게 흔들어보였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곤 말했다.
“그럼 잠시 쉬었다가지요.”
그는 소녀가 벽에 기대어 앉은걸 보곤 그 맞은편에 앉았다.
동시에 불빛도 사라졌다. 길을 걷고 있지 않을때는 라이터의 기름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목이 상당히 마르고, 라이터의 기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걸 생각하면 시간이 꽤 흐르긴 한것 같았다. 하지만 목은 잠에서 깨어날때 부터 말랐고, 몇번 만져본적도 없는 라이터의 기름이 얼마나 빠르게 소모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둡고 조용했다. 소녀가 가면밖으로 숨을 내뱉는 소리만 귀를 두드릴 뿐이였다.
그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여기가 어디지?
그는 왼쪽 발목에서 느껴진 갑작스러운 촉각에 당황했다. 부드러운 손길이였는데, 라이터를 켜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엘린양? 무슨일입니까?”
그는 익숙해지지 않는 소녀의 가면을 보고 잠시 움찔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소녀는 그의 손바닥 위로 뭔가를 써내려갔다.
‘가요.’
그는 갸웃했다. 휴식이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가 말했다.
“피곤하다면 좀더 쉬어도 됩니다.”
소녀는 그의 손바닥을 이미 썼던 글자를 지워낸다는듯 쓸어내리곤 다시 무언가를 끄적였다.
‘가요.’
그는 다시 의문을 느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는 수 밖에 없었다. 소녀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의아함을 느끼며 소녀의 옆을 걸었다.
미로는 길었다.
그는 몹시 피곤하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그만큼 허기를 느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라이터의 기름이 떨어졌다.
지르릉. 지르릉.
쇠사슬이 바닥을 긁는 소리만이 귀에 울렸다.
어두운 미로속에서 그는 이곳이 어디인지 대강 추측 해낼 수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대강 느낌은 왔지만, 몇가지 추론으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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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로 리메이크 중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