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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thers 2. 모퉁이⑴

내가 말했다.

“길을 걷다보면 뒤에서 누가 계속 보고 있는 것 같은거야. 그러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다들 그런 경험은 조금씩 있을걸.”

“아냐. 내 경우는 조금 다르다니까. 분명히 누가 보고 있었어. 그런데 내가 돌아보면 휙 하고 사라지는거지.”

“……넌 뒷통수에 눈 달렸냐. 보지도 않았다면서 어떻게 있다는걸 장담해?”

나는 잠시 고민해야했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더라?

생각이 났다.

내가 말했다.

“한날은, 또 뒤통수가 간질간질한거야.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봐주겠다는 마음으로 진짜 빠르게 돌아봤거든? 그런데 모퉁이 너머로 그림자가 살짝보였어. 분명히 누가 있었던거야.”

친구는 잠깐 뜸을 들였다 말했다.

“그냥 우연찮게, 그 순간 누가 지나갔다고 생각하면 안되냐?”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한 두번이 아니란 말이야. 그때 이후로 내가 빠르게 돌아보면 매번 모퉁이로 사라지는 뭔가가 보였다고.”

“단순히 니 착각일지도 모르지. 니가 너무 굳게 믿다보니까 가벼운 환시를 보는 것일지도 모르고. 뭔가 봤다고 생각하는 착각은 흔하게 일어날 수 있으니까.”

“아냐.”

“맞아.”

“아니라니까!”

“맞을지도 모르지.”

“아니라고!” 아차. 목소리가 좀 컸다.

시선이 느껴졌다. 하교시간의 지하철에는 사람이 적지않다.

친구는 급하게 “쉬잇.” 하고 입을 오무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헛기침을 했다.

내가 말했다. 목소리를 줄였다.

“어쨌든 내 생각엔 착각이고 뭐고 그런게 아니야. 분명히 진짜라고.”

친구는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그래. 니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서 뭘 어쩔거야?”

“달리기 연습하려고.”

친구는 반박자 늦게 반응했다.

“응?”

“달리기 연습한다니까.”

“아니, 방금 한 이야기랑 달리기랑 무슨 상관인데.”

“빨리 달리면 모퉁이 너머의 그 ‘뭔가’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친구는 잠시 벙찐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먼산을 바라보다가 한숨.

다시 날 보며 말했다.

“그래그래. 그걸 잡으면 나도 좀 보여줘라. 알겠지?”

“새끼. 끝까지 안믿네.”

“믿는다니까 그러네.”

어쨌든 나는 친구에게 이야기한 것과 같이 달리기 연습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달려볼까 생각했는데, 몇 번 머리를 굴려봐도 효율적인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그것을 잡기 위해서는 모퉁이까지 달려가야하니, 단거리 달리기만 연습하면 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역시 100m를 연습하는 게 좋지않을까 싶었다. 물론 내가 스탑워치(대용으로 스탑워치 기능이 있는 휴대폰)를 들고 달려서야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없으니 친구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그래서 말인데, 좀 부탁하……”

“거절.”

“왜?”

“밖에 춥잖아?”

결국에는 ‘무작정 달리자!‘라는, 내 머리는 굴려봤자 거기서 거기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도 기록 단축을 느낄 수 있어야 달리기에 더 매달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다음 정거장은 같은 블록의 반대편에 있다. 버스가 달리는 속도야 일정할 것이고 공교롭게도 다음 정거장까지는 신호에 걸릴 일도 없다. 나는 이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일단 버스가 정차하면 청테이프를 몰래 꽁무니에 붙인다. 크지 않아도 된다. 알아볼 수 있을정도로. 그다음엔, 다음 정거장으로 무작정 달리는 것이다. 물론 달리는 버스보다 빠를 수는 없으니 버스 처럼 큰 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건물들 사이로 가로질러간다.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았다.

이걸 생각한 첫날에 내가 어느 정도 달릴 수 있을까 싶어서 당장 달려봤다. 결과는 참담했다. 버스는 12분 뒤에서야 왔다. 당연히 청테이프가 붙은 버스가 아니었다. 그 버스는 이미 제 갈길을 갔던 것이다.

하지만 학교 운동장에서, 등교길에, 하교길에, 식당으로 가면서, 매점으로 가면서 등등 달리기 연습을 하기 시작하자 어느정도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가는, 버스의 꽁무니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있어서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청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나는 마음이 들떠서 그낭 저녁 내도록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달려버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끝이었다. 몇 번인가 보다 더 가까이에서 버스를 볼 수 있었지만, 내 시도가 늘어날수록 그건 요행일 뿐이라는 내 의심을 더 뒷받침 하는 것 같았다.

친구에게 말하자 친구가 말했다.

‘그것봐.’

아니. 이건 내 착각이고.

친구가 말했다.

“그래? 한 두달 해서 되겠냐. 그게. 그럼 다 국가대표하지. 꾸준히 하면 성과가 있을거야.”

친구의 태도는 좀 의외였다. 하지만 나름의 응원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달려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버스 따라잡기는 한동안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달려본다고?”

“응. 구경할래?”

“그럼 난 먼저 가 있어야되나?”

“그 버스를 타고 가서 기다리면 될 거 같은데.”

“한 코스 가는데 900원을 쓰라고? 니가 줄래?”

“……그냥 걸어가는게 좋겠다. 출발할때 내가 문자 넣으면되지.”

“응. 그럼 가서 기다린다.”

어쩐지 긴장되었다. 시험칠때도 이렇게 긴장되지는 않는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휴대폰에 친구 번호로 ‘간다’ 라고 쓴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모퉁이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빠르게 달려야 모퉁이 너머의 그것을 잡을 수 있을까? 버스를 따라잡을 정도로? 그정도면 충분한가? 모를 일이다. 알 수 없다.

버스가 오고 있었다. 아니, 왔다. 버스는 사람을 내리고는 다시 출발하려는 기미를 보였다. 한 손으로는 청테이프를 붙이고, 한 손으로는 문자를 보냈다. 내달리기 시작했다.

오른쪽 회색 담이, 왼쪽에는 붉은색 주황색 알록달록한 빌라가 스쳐지나갔다. 길지 않은 길이었다. 시멘트 부스러기가 밣히면서 부스슥 소리가 났다. 숨이 차오를때 쯤 정류장이 보였다. 버스는?

도로에는 차가 없었다. 설마?

“18초…… 정도.”

고개를 돌리자 친구가 손목시계를 보며 서 있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가 말했다.

“뭐라고?”

“그정도 된다고. 초 잰거야.”

“초?” 다시 숨을 삼켰다. “버스는?”

“23초 정도.”

“뭐?”

친구는 도롯가로 눈을 흘깃거렸고 나는 시선을 따라갔다. 이제야 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청테이프가 붙은 그 버스였다.

친구가 피식 웃었다.

“성공이네.”

나는 버스에 시선을 꽂아넣은 채였다. 버스는 이제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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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화는 기약없는 이별이었으나 이번에는 후편이 있는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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