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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문학이라는 어휘를 경계하라

흔히 문단 소설(본격 소설)과 장르 소설의 경계에 있는 작품군이 있고 그걸 ‘경계 문학’, 경계 소설이라고 부르곤 합니다만,

사실 그딴건 없어요. 출판사 녀석들이 책 팔아먹으려는 수작에 불과하다구. 누군가 평론에서 그딴 말을 쓰고 있다면 그 작자의 수준과 의도를 면밀히 검토하십시오.

이건 장르 보다는 문단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그들은 특정 작품을 경계 소설로서 소개하면서 이렇게 평합니다. 본격 소설이 가지는 문학적 주제 의식, 날카로움 따위가 있는 동시에 장르 소설이 가지는 오락적 즐거움을 두루 갖춘 훌륭한 소설이라고요.

하지만 이런 광고 문구는 장르 소설이 사실상 문학적이라 할 수 있는 주제 의식이나 어떤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깊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문장 따위가 없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필립 K. 딕과 이언 M. 뱅크스, 조지 R. R. 마틴과 어슐러 K. 르 귄, 스티븐 킹과 닐 게이먼 등은 모두 장르 소설가죠. 하지만 그들의 소설은 누구나 인정하듯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함께 이루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경계소설가 따위로 분류되지 않아요.

그렇죠. 경계 소설은 흔히 신인 작가의 소개 문구로, 장르소설이 가지는 마니아의 폐쇄성을 탈피하기 위해 쓰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경계 소설’이라는 어휘 하나 만으로

“이건 방구석 오타쿠들만 읽는 소설이 아니다.

여러분도 읽으면 재미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훌륭한 문학성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라고 주장하는 거죠.

실상 이런 주장은 도리어 문단 소설에 대한 폐쇄성을 만드는데 일조하고도 있습니다. 마치 그런 고상한 것은 따로이 존재한다는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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