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 140605
떠밀리듯 쓴다.
뭔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역시 돈이 벌릴 글 말고는 쓸 생각을 하지 말자고 생각하게 된다.
부진한 글을 쓰게 되는 건 역시 1. 대충 떠오르는 걸 휘갈겨 쓰자고 마음먹을 때 2. 학교 수업에서 내야할 때 아닌가 싶다. 난 사실 소설가의 마음이나 영감 같은 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땅히 쓰고 싶은 글도 없고. 써야할 글은 돈이 벌리는 글이고.
당연하게도 글이 마음가는대로 쓰여지는 건 아니니까, 돈 버는 글을 쓰겠다는 것도 막연한 태도다. 나는 내 안에 예술가적 감수성 따위가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문창과에 다니고 있다고 말하면 내가 예술가적 포부/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기라도 한 것처럼 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다. 나는 그냥 적당히 성적 맞추고 집에서 가깝고 그나마 덜 피곤해보이는 걸 선택한 것 뿐인데.
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소설을 쓸 생각도 없었다. 싫은 일, 해서는 안되는 일, 할 수 없는 일, 돈 드는 일을 피하다보니 소설 쓰기를 밟은 것이다. 소설을 쓰자고 마음먹은 건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빨랐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렇긴 하다. 다른 시도와 노력을 포기하고 그 선택에 주저 앉는 것이 빨랐다.
후에 와서, 나는 소설을 쓰는 일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것들이 앳된 생각해 불과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반이 불안하고 흔들렸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불안하고 흔들렸기 때문에 계속해서 변명거리를 쌓아두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아니냐고? 나는 모든 일에 쉽게 질리는 사람이다.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판타지와 SF, 호러, 추리에 번갈아가며 발이나 적셔왔다. 독서량의 미달과 지식의 부재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이 일을 계속해야만한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나는 ‘질려버리는 것’을 걱정했을지도 모르겠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좋아하길 바랐기 때문에 붙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소설에 이미 질려버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확히는 소설을 읽는 일에 질려버렸다는 말이다. 소설을 쓰는 일은 더 나쁘다. 나는 소설을 쓰면서 기뻤던 기억이 없다. 그럼에도 몽땅 다 내팽개치고 벗어나버릴 용기도, 힘도 없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언젠가 비유했던 것처럼 나는 달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추진이 끝난 이상 남은 건 관성뿐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