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 141106
꿈에 대해 생각하는 건 달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둘 다 먼 곳에서 바라볼 때 아름답다.
버즈 올드린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착륙했던 우주인이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달은 황량한 곳이다.” 버즈는 우주선이 달에 도달하기전에, 닐이 달에 첫 발을 내딛는 것에 역사적 의의를 실감하고 있었으며, 말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닐을 따라 달에 내려선던 버즈는 닐의 말에 의구심을 가졌다. 버즈의 눈에 달은 황량하며, 아름답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버즈의 말을 신용하는 편이다. 달의 옅은 대기에서는 숨을 쉴 수 없고, 그늘진 자리는 양하 170도이면서도 양지에선 영상 120도까지 오른다. 달에서 보이는것은 흉한 구덩이들과 잿빛 자갈들, 걸으면 솟아오르는 먼지들 밖에 없다. 어떤 미적 기준에서는 아름다울 수 있겠으나 보편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닐이 그런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닐은 자신의 말이 1초 후 지구로 온전히 전달될 것을 알고 있었다. 개인적인 감상 보다는 그 말이 어떻게 역사에 기록될 것인지 감안했을 것이다. 어쩌면 냉전 상황아래서 기형적인 기술 투자가 이뤄낸 작은 승리를 추켜세울만 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해볼 수도 있다.
닐은 달에 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닐 뿐만이 아니다. 아폴로 11호가 발사되기까지 모두 열 대의 아폴로가 발사되었고, 그 중 1호는 대기권을 벗어나기 전에 폭발했으며, 3명의 우주선 조종사가 사망했다. 닐은 어떤 열망을 대변하고 있었다. 달에 대한 낭만이 아폴로 11호에 걸려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닐이 할 수 있는 말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닐의 의도와 무관할는지도 모른다. 닐이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이들이 닐의 행동과 흔적에서 의미를 찾아냈을 것이다. 이미 그 발자국조차 대단한 의미가 되지 않았나? 아무렴, 나는 닐 또한 달의 풍경을 보고 실망했으리라 생각한다.
달로 가는 여정은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한 티 없는 은유로 보인다. 총력을 다한 무수한 자원과 시간이 동원되어야 한다.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구를 맴돌아야 한다. 우주의 진공은 춥고 외롭다. 등속도 운동을 하는 우주선은 정지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심지어 가까워지는 달은 아름답지 않다. 내가 기대한 것과는 다르다. 여남은 연료를 소비해 돌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지원과 그 기대가 벅차다. 떠밀리듯 지구로부터 내팽개쳐진 이상, 달로 갈 수 밖에 없다. ‘달은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한 마지막 저항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