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기
자신의 상처로 글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글쓰기를 자기 치료의 방법으로 쓰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글’이라는 건 문학을 이야기하는데, 그런식으로 자신의 고통을 문학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같은 경험을 고백이나 고발하는 것(아니면 고소장을 쓰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문학은 그것이 얼마나 진실을 함유하고 있던 가공되기 마련이고 사실관계를 떠나 진정성의 이름으로 포장되고나면 독자는 결국 허구로 받아들인다. 이야기로 소비되는 순간, 우리는 진짜 사실과 멀어지고, 문학을 쓰는 것으로 통해 치유 된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 또한 거짓일 수 있다. 이런 거짓, 그러니까 문학을 통해서 교묘하게 재구성되는 이야기를 지양하기 위해서 작가는 높은 수준의 윤리적인 태도를 항시 견지해야한다. 난 이것이 작가가 가질 수 있는, 그리고 가져야하는 직업 윤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문학 작품들은 고백적이거나 고발적이고 진실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으면서도 좋은 작품이 되기도 한다. 그런 작품들은 대개 작가들이 자신의 균형을 깨트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물며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이토록 균형감각을 가져야하는 작가에게 타인의 이야기가 가지는 무게감에 대해 무엇을 더 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