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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일기100123

처음은 난잡하다. 꿈의 주인공은 나지만 내가 아니다. 작고 약하고 유연하고. 일종의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꿈의 시작은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나는건 내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쫒기고 있는 것. 일전에도 이런 꿈을 많이 꿨다. 일종의 스릴러다. 대체로 무력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열심히 달리는 것 밖에 없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적을 따돌린다. 하지만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다수를 따돌리긴 했지만 남은 둘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장소는 벌건 대낮의 주택가지만 사람은 보이지않는다. 나는 골목 사이를 누비는 것 보다 담장을 타고 지붕을 달리는 것이 더 유리하게 느껴진다. 그렇게한다. 실제로 이인조를 멀리 따돌렸다. 거리를 벌린다. 적은 나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그때 어째서인지, 왜인지, 무슨이유에서인지 흰 살결의 돼지 한마리가 꿀꿀거리며 골목을 지나간다. 이게 돼지꿈인가? 우습다. 아니다. 나는 이인조가 돼지를 발견하면 돼지를 쫒을 것을 알고 있다. 왜? 식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가 쫒기던 이유도. 그래. 나는 음식으로 적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은 음식으로 적당하지 못하다. 내가 먹히기 적당한 이유는 내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돼지는 나와 가깝게 지나가고, 나는 돼지를 피하기 위해서 먼 길을 돌아간다. 이인조가 돼지를 발견한다면 나보단 돼지를 잡을게 뻔했다. 돼지를 피한다면 적도 피할 수 있다. 그러한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뭔가 착오가 있었다. 아니었다. 담장을 넘기 위해 잠시 멈춰섰을때, 바로 아래 이인조가 있었다. 도망쳐야했다. 멀리 큰 저택이 보였다. 담장도 높다. 저걸 이용하자. 나는 달려가서 담장에 매달린다음 올라갔다. 올라서자 아래로 이인조가 함께 오르는 것이 보였다. 담장을 타고 움직였다. 나는 균형감각이 좋다. 저들은 몇 발자국 옮기기도 힘들 것이다. 담장 위로 움직이다가 천장으로 오른다. 여기까지는 계산이 맞다. 지붕은 경사면이 심하고, 이인조가 날 쫒으려면 시간이 걸릴테고, 나는 다시 이곳을 벗어나달린다. 적들은 굼뜨고 멍청하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착오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지붕이 무너진다. 당황스럽다. 겉보기와 달리 너무 낡았다. 몸을 가누는 사이에 적들은 이미 내 앞에 서 있다. 물러난다. 집 안의 가구를 밟는다면 다시 천장 위로 오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적에게서 벗어나야한다. 긴장된 순간. 문 너머에서 벽 긁는 소리가 난다. 이인조가 돌아보고 나는 몸을 뒤로 뺀다. 이인조 중 하나가 문을 열려는데 문이 열린다. 괴물이 서 있다. 머리가 없다. 비대한 몸집. 목이 잘려나갔는데, 남은 목 가죽으로 장난스럽게 매듭이 지어져 있다. 그 아래로 세로로 뚫린 입이. 안으로는 내장이 보인다. 그 아래에 하나의 눈동자가 우리를 본다. 살이 꿀럭거린다. 괴물이 비명을 지른다. 괴물이 자신의 내장을 토한다. 복잡하게 얽힌 내장이 끝없이 쏟아진다. 괴물의 손엔 도끼가 들려있다. 적이 기겁해 있는 사이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저택에서 벗어난다. 꿈에서 깬다.

(정확하지 않은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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