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일기150114
그곳은 포항에 놀러 갈 때마다 자주 들리곤 했던 호텔이었다(하지만 나는 포항에서 숙박업소에 들린적은 없다). 우리는 축구, 또는 족구 영화를 찍고 있었다. 족구의 경기 형식과 좀더 유사하지만 많이 달랐다. 훨씬 더 위험했다. 경기장은 중앙으로 갈수록 경사가 기울어졌고, 경기장 한 가운데에는 네트가 아니라 커다란 균열이 있었다. 선수들은, 정확히 하자면 선수를 연기하는 이들은 그 균열에 공이 빠지지 않도록 서로에게 공을 찼고, 공을 걷어 올려서 서로의 골대로 넣는 경기를 치루고 있었다. 연기자라기엔 지나치게 능숙했다. 그 누구도 공을 균열로 빠트리지 않았다. 우리는 그 장면들을 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의 보조를 맡고 있었는데 뭔가 문제가 생겼다. 영화 촬영 중 우리쪽 선수 한 명이 부족해진 것이다. 누군가 균열로 빠지거나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한 명이 부족해졌다. 우리는 연기자가 아닌 인물 중 선수 한 명을 급하게 채워넣었고, 그건 바로 나였다.
나는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 나는 슛을 넣는 장면을 찍어야했는데 내가 찬 공은 곧바로 균열로 굴러들어갔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떤 남자가 내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감독이거나 그에 준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 인기가 좋았고, 술을 잘 마셨으며, 대화에 능숙하고, 여자 이야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취미로 하는 이였다. 나와는 정반대의 인물로 그는 내게 화를 내도 괜찮을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정당한 경우 때려도 좋을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요즘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화를 내고 있던 그는 화를 내야할지 웃어야할지 판단하지 못했고, 나를 때리지 못했다.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호텔로 들어갔다. 우리가 빌린 곳은 이해할 수 없게도 거대한 연회실이었다. 우리는 그곳을 연회장으로 쓰지 않고 호텔에서 칸막이를 빌려 방으로 삼았다. 호텔에서 무언가 사건이 일어났지만 정확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어떤 일도 없었다. 30여명의 인원은 갑자기 호텔에서 빠져나갔다. 나와 내게 화를 냈던 그만이 호텔에 남아있었다. 나는 막내였기에 연회장에서 다른 동료들이 실수로 남기고 간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돈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5백원이나 백원 같은 잔돈부터 고무줄에 묶인 5만원짜리 뭉치도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돈을 모아 구석에 놔두었다.
그때 그 남자가 들어와 어서 떠나야한다고 일러주었다. 나는 그의 자가용을 타고 떠날 예정이었다. 나는 기다리라며 씻고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버럭 화를 냈고, 나는 기가 죽어 최소한 면도는 해야한다고 말했다. 나는 수염이 덥수룩했기 때문에 그는 그 점은 이해해주었다. 그가 내려가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면도를 하기 위해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문제는 내게 면도기가 없다는 점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쓰다 남은 면도기를 주워들었지만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면도기를 한 번 밀 때마다 두 올의 털이 깎여 나갈 정도였다. 알고보니 면도기 날이 없는 상태였다(날이 없는 상태에서 털을 깎아낸 것이 더 대단하긴 했다 ). 그건 겨우겨우 오른쪽 뺨을 깎아낸 뒤에야 알아낸 것이라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태였다. 호텔 밖에서 나를 찾는 크락션이 울렸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남기고 간 면도기 날을 찾아냈고 면도를 마칠 수 있었다. 면도를 마치고 거울을 보자 깜짝 놀랐다. 그냥 면도를 끝낸 내 얼굴이었지만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다. 연회장은 청소중이었다. 청소를 하는 이들이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다른 이들이 흘리고 간 돈을 주섬주섬 챙겼다. 잔돈과 만원 지폐, 그리고 5만원짜리 뭉치를 주워들 때,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 꿈을 꾸기 전에 꿈 하나를 더 꾸었지만 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