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13
작년 말일에 한국장학재단의 2013년 채무자 신고를 완료하였다. 소득이 모두 없다고 기재하였으므로,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채무자 신고를 하라는 메일은 저저번 달 말일에 왔지만, 미루다보니 저번 달 말일에 하게 되었다.
아무튼 완료 버튼을 누르니 지금까지 했던 채무자 신고 내역이 나왔다. 군대에 있었던 2011년과 2012년이야 비어 있지만, 2010년도 신고 일자도 12월 31일이다. 오늘과 같다. 나는 언제나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던 모양이다. 미룰 수 있다면 미루자. 오늘 할 일은 내일 하자. 게으르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게으름에 관한 사설을 한 페이지 가량 적었다 지운다.)
아무튼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거 같다. 마침 비교를 시작했으니 작년과 저작년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당시 군대에 있었지만 각각 말일에는 모두 운좋게 휴가를 나온 상태여서 사회에서 연말 연초를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작년의 경우에는 친구들과 동네 뒷산에서 해돋이를 구경, 하려다가 그냥 내려왔다(동쪽에 비슬산이 가려서 9시까지 해가 보이지 않는데, 기다리기는 너무 추웠다). 올해는 작년의 패배를 밑거름 삼아 오는 7시에 앞산에 해를 보러 가기로 하였다. 사실 7시 출발이므로 산에 올라갈 무렵엔 해가 번쩍번쩍할테니, 해돋이라기 보다 새해 기념 앞산 등정 정도라고 봐야겠지만.
2013년을 돌아보고자 한다.
초에는 혹한기 훈련을 했다. 다 괜찮았는데, 그때까지 잘 해왔던 행군이 지옥이었다. 한 번도 끊어진 적 없었던 전투화 끈이 끊어지고, 후반부 부터 폭우가 쏟아져 속옷까지 젖은 채 돌아와야만 했다.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훈련이었기에 아주 기뻤다. 예비군 교육이 시작되고는 열심히 삐댔다. 포상 휴가를 받지 못한데에 대한 보상 심리였는데, 누군가에게 빅엿을 먹였으니 만족했다. 4월에는 전역을 하였다. 306 보충대도 3일 내내 비가 오더니, 전역날에도 역시 비가 쏟아졌다. 수미쌍관의 깔끔한 마무리였다.
문장 월간 수상자에 대한 친구 출판사의 전자책/POD종이책 출간 제의가 나에게도 왔다. 욕심이 났던 나는 (늘 그렇듯이) 능력보다 과한 계획을 잡았고 자꾸 예정일을 펑크냈다. 생각보다 글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도 있었다. 나는 휴가를 나올 때마다 밤을 새며 글을 잡고 있었는데, 전역 직후에도 글을 잡고 있으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애초에 나는 소설 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까. 뭐가 재미있노라면, 게임이 훨씬 재미있다. 아무튼 큐빅노트 공모전까지 붙들게 되면서 둘 중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아주 일상적인) 사단이 발생했다. 그 와중에 1챕터의 승부까지 참전하였고, 결과는 과한 의욕이 부른 그대로 되었다. 분명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화가 아주 많이 났다. 베란다 난간이 자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궤도를 찾는듯 싶… 었으나, 쇄골이 박☆살나면서 컨디션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나마도 밀려드는 과제를 처리하느라 제대로 팔걸이를 한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서 회복 속도는 바닥을 기었고, 한 달 되던날 찍은 엑스레이에선 뼈의 어긋남이 더 심해져 있었다. 과제는 자꾸, 조금씩, 차올라서 어느새 수위를 넘겼고 마지막에 가선 제대로 손 댈 수 있는 과제가 없었다. 이 일은 모두 의욕 님의 전공 과목 6개(중 소설 창작 3개) 선택과, 그나마 끝맺음을 처리할 수 있었을 마지막 주에 난데없이 찾아온 장염 님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다들 운이 나빴다, 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이 곡선이다. 오른다고 생각하면 내려가고, 올라갈거라고 믿으면 내려가고,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 또 떨어지는 법이다. 방학이 시작되고, 이제 더는 못하겠다고 마음의 파산을 선언한지 얼마 안되어 작은 개가 죽었다.
별로 정이 없다고 생각했던 작은 개가 죽은 건 생각했던 것 보다 예상했던 것 보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훨씬 더 너무나 엄청 많이 아주 많이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래서 연말에, 2013년을 만회하려던 계획들이 무산되었다. 게임만 붙들고 있었다.
그리고 2014년이 왔다.
작년엔 좋은 일이라곤 손에 꼽을만하다. 전역을 하였고, 큐빅노트 공모전에 수상하고 단편집에 책을 실었고, 친구 출판사에서 전자책/POD 단편집을 내었다. 그 외엔 모두 후회스럽고 슬픈 일들이다. 곧 나올 성적은 형편없을테고, 결국 올해도 노블엔진 시상식은 가보지 못했고, 작은 개가 있던 빈자리가 생겨났다. 팔걸이는 풀었지만 팔을 움직이면 아린 것이 엑스레이 찍기가 겁나 병원엔 가지 못하고 있다. 타인을 만나는 일은 여전히 피곤하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독서는 부끄러워 언급조차 못하겠다. 그리고. 글쎄. 소설은. 소설이라 함은. S교수님은 비록 내가 뒤로 걷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리라 하였다. 비록 나는 나의 능력을 믿지는 않지만, 교수님의 안목을 존중하므로, 좀더 자신을 가져도 괜찮을까, 고민해본다.
좋은 시작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