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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일기 141001

남자니까 파란색. 복기를 단순히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바둑은 처음엔 삼백육십한칸의 여유가 있지만 돌을 놓아나가면 그 수는 점점 좁아진다. 단순히 비어있는 칸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상대에 수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수는 많아봤자 세 개 정도이기 때문이다. 좁은 지역의 수 싸움에선 단 한 수라도 잘못 놓게 되면 그 싸움은 지게 된다. 돌이 놓인 형세를 보면 어디에 돌을 놓아야할지는 자명한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 놓인 바둑돌 몇 개만 기억해내면 그 이후의 전개를 떠올리는 건 아주 쉽다. 나는 책상 위의 파란 장미를 보고 어젯밤 대화를 떠올렸다. 남자니까 파란색 장미.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B 선배같은 사람이 색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하면 농담이 되니까. 어쩌면 J 선배나 우진이가 웃어서 따라 웃었던 것 같기도하다. 남자니까 파란색이라는 말은 처음엔 어리둥절했으니. 구체적인 이유는 떠오르지 않지만 웃었고, 마땅히 할말이 없던 나는 어디에서 샀냐고 물었다. B 선배가 동문 앞에서라고 말했다. 그 뒤로 선배들끼리(U도 학년만 따지면 한 학기 선배긴하다) 파란 장미를 가지고 농담을 했는데 그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건 내 앞에 놓인 바둑판이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그 뒤로 바게트 빵에 대해서 내가 말했다. 그러자 U가 그건 자기가 샀다고 말했다. 포에 애들이 돈 거둬서 샀어. 남자애들은 꽃다발 좋아하지도 않을테니까. 비싸기도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맨날 글 써봤자 돈도 못번다고 타박하는데 빵이라도 타가서 다행이네. 밥 못먹어도 빵은 먹고 산다고. B 선배가 덧붙였다. 밥이 없으면 빵을 먹으면 되잖아요! J 선배가 말했다. 축하해, S야. 그러고 다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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