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rae.me

외면일기2

06시 47분에 일어났다. 일기의 시작을 아침에 깨어난 시간으로 하고 싶어서 기억해두고 싶었다. 상쾌하게 깨어나서 여유로운 시간을 믿고 밍기정거렸더니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타고가야할 버스의 꽁무니가 보였다. 흔한 일이었으므로 나는 화내지 않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각도 아니었으니까.

오늘은 강의가 다섯 개였고 점심시간에는 시 한 편을 썼다. 저녁을 먹은 지금은 소설을 쓸 것이다.

짧은가?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오늘 먹은 것에 대해 이야기할까. 아침에는 닭가슴살 샐러드란 것을 먹었는데,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하면 사람이 활기를 잃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점심은 교내 치즈 돈까스였다. 사실 너무 자주 먹어서 이게 맛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모르겠다. 개가 사료를 먹을 때 이런 기분일까. 저녁은 교내의 빵이 세 겹인 토스트를 먹었다. 탄수화물은 보충되었겠지만, 다음에는 평범한 햄치즈토스트가 좋을 거 같다. 학교에서 쓴 식비는 모두 7천원. 조금 과하게 쓴 것 같지만 오늘은 수업이 다섯 개였으니까. 변명해본다. 내일 아끼면 되는거지. 운운.

​

기억에 남는 이야기. 한 선생님이 정현종을 이야기하며 에로스를 이야기할 때, ​다음 수업에서 다른 선생님이 신경숙을 이야기하며 타나토스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두 이야기를 하면서 티베트의 조장(鳥葬)을 이야기했다. 정현종의 동일성의 시학은 에로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것은 자연과 하나 되려하는 조장 풍습과 유사하다. 신경숙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여성 인물들은 모녀 관계를 이루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순탄하지 않고 결국 타나토스적 욕망으로 발산된다. (작품 속의 고대의 사원 이미지를 언급하며) 티베트의 조장 또한 그러한 타나토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 외면일기1  외면일기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