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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131121 돈까스와 림보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첫번째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에프엑스의 일렉트릭 쇼크였다. 내가 가진 노래 중에 가장 시끄러운 노래였다. 끄고 잤다. 다섯 시 십오 분에 일어났다. 이번에는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끄고 잤다. 여섯 시 십오 분까지 다섯 개의 알람을 끄고 여덟 시까지 잤다. 아마 일곱 시에 글라도스가 ‘스틸 얼라이브’를 불렀을텐데, 못들었다. 깨어나 실눈으로 시계를 바라보니 분침이 흐릿했다. 눈을 비비고 보니 십칠 분이었다. 오늘은 아홉 시까지 등교해야했다. 학교까지는 한 시간이 걸렸다. 글렀군. 다시 잤다. 휴대폰을 내다버리는 꿈을 꿨다.

학교에 도착하니 열두 시였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수업은 두 개나 듣지 않았고, 새벽에 일어나 하려던 과제도 다 포기해버린 상태였다. 집에 들어가면 더 많은 과제에 시달려야했다. 그래도 수업을 듣다보니 괜찮아졌다. 소설도 괜찮았고 수업도 재미있었다. 최근 쓰는 소설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수업을 다 듣고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오려는데 선배 B와 동기 S가 있어 함께 나왔다. 우리는 함께 밥을 먹었다.

나는 돈까스를 먹었다. 한손을 쓰기 불편하므로 잠깐 풀어서 고기를 모두 자른 뒤 포크 하나로 먹었다. 돈까스는 살이 두껍고 소스에 고춧가루가 들어가 매콤했다. 그사이 B는 S에게 B와 나와 다른 이들아 참여한 스터디 그룹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S는 그러겠다고 했다. B는 S에게 “그리고 이건 쓴 소리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운을 뗐다. B는 학회에서 평소 S가 말을 정리하지 못하고 합평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나는 큰 덩어리를 한입에 넣고 야채 샐러드를 떠먹었다. 조화로웠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S의 내향적인 성질 때문이었지만 B의 지적은 타당하고 필요했다. 다른 이들이 껄끄러워하는 결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마카로니를 떠먹고 돈까스를 먹었다. 이 역시 조화로웠다.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정문 앞까지 걸어왔다. B는 동문으로 향하고 나는 정문, S는 다시 인문대학으로 돌아갔다. 버스를 기다리며 햇볕을 쬐었다. 오후의 태양이 찬란했다. 요즘들어 눈부심이 심해져 해가 뜬 방향으로 눈을 뜨기 힘들었다. 나는 버스가 오기 전까지 꾸중을 듣는 것처럼 발등을 바라보았다.

버스에 앉아 림보에 대해 검색했다. 림보는 SF 문학상에 낼 소설의 제목이었다. 림보의 번역어는 고성소로, 예수 탄생 이전의 의로운 이들이나, 세례를 받지 못한 아기들이 죽은 뒤 간다고 생각된 장소였다. 단어는 지옥이나 경계라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 제목으로 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누군가는 예수가 죽고 부활하기 전까지 림보로 내려가 그들을 구원하고 왔으리라 짐작했다. 누군가는 세례 받지 못한 아기들이 림보에 있으나 고통은 없으리라 짐작했다. 선한 생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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