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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시장의 잠재력

옛날에도 했던 말이지만, 한국의 대여점 판타지가 저무는 시점에서 대여점 출판사는 몇 가지의 새로운 방향으로 나갈 모색을 했다. 그중에서 짚어볼만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라이트노벨 임프린트고, 다른 하나는 판타지 단권 임프린트였다. 전자는 시드노벨, 후자는 노블레스 클럽이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사실 이 시점에서 관계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시드노벨과 노블레스 클럽은 팬사이트(판갤을 위시로 하는)에서의 반응은 ‘탈 대여점 판타지 소설’에 대한 기대였다. 그 팬들은 대여점 판타지가 가지는 특징들이 판타지 소설의 다양성과 작품성을 제한시킨다고 믿고 있었고, 시드노벨과 노블레스 클럽은 그러한 한계를 넘어서 더 좋은 작품들을 보여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팬들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우선 시드노벨은 ‘라이트노벨’ 임프린트였다. 다른 판타지 팬사이트는 몰라도, 적어도 판갤에서는 라이트노벨이 그냥 다양한 장르소설의 집합 정도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실제로 크게 틀린 말도 아니지만), ‘라이트노벨에서 판타지 소설을 쓸 수는 없다’는 것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그리고 이 혼란은 아직까지도 잔존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남아 있을 거 같다. (그러니까, 이것은 혼란이다. A가 맞고 B가 틀린 오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블레스 클럽의 경우 다른 문제가 있었다. 독자들이 그러한 기대를 가졌던 것과 달리, 그런 포맷으로 낼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없거나, 어떠한 문제로 인해 낼 수 없었던 모양으로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군은 하나의 임프린트에서 낸다기엔 장르가 너무 다양하고 특정한 독자층을 공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적어도 나나 당시의 다른 판타지 팬들이 보기에 그랬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것이다. 당시 판타지 팬사이트의 기대감은 아직까지도 충족되지 못했고, 한국 라이트노벨 레이블의 탄생은 ‘판타지’ 이외의 ‘라이트노벨’이라는 다른 문제를 또 만들어낸 것에 불과했다. 명확하게 그림을 그리자면 이렇다. 처음에 인터넷 연재 판타지가 있었고, 대여점 판타지가 등장했으며, 라이트노벨이 나타났다. 하지만 대여점 판타지와 라이트노벨 사이에는 어떠한 인쇄물이나 지면으로 등장하기 어려운 작품군들이 존재하고, 마니악한 팬들도 존재하고 있다. 그런 작품들은 보통 인터넷 연재 판타지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작품 중 많은 작품들이 미완의 상태로, 그리고 그들의 노력이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일종의 시장성 부족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지만, 이러한 잠재력이 간과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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