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고치는 세 가지 방법
글 고치기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가 된다. 첫 번째는 ‘퇴고’인데 이 퇴고의 어원은 당나라 시인 가도가 시를 짓고 나서 시어 중 하나를 밀 퇴(推)로 할 것인지 두드릴 고(敲)로 할 것인지 고민한데서 따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임의적으로 글을 고치는 모든 방법을 퇴고라고 부르기도 하나, 실제 사용례를 볼 때 이 고사 속의 시인의 고민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퇴고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로는 김훈이 “칼의 노래"를 쓸 때 ‘꽃은 피었다’는 문장을 며칠을 고민하다 ‘꽃이 피었다’로 고쳤다는 인터뷰가 있다. 이렇듯 퇴고는 작품 전체에 영향을 주기 보다는 작품을 깊게 읽었을 때 알아차릴 수 있는 작품의 섬세한 뉘앙스를 다듬는 것에 가깝다. 두 번째 고치기 유형으로는 ‘편집’이다. 편집은 흔히 편집자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실제로도 그래왔지만 현대 한국에선 그런 경향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에 대해 작가가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는듯. 하지만 편집이 편집자의 일이었을 때도, 작가 또한 작품을 편집했다. 편집은 쉽게 말해 시간 순서로 배열된 사건을 어떻게 의미있는 읽기 순서로 배열하느냐는 문제다. 유명한 편집 일례로는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있다. 나보코프는 작품을 쓸 때 작품을 인덱스 카드(고리로 한데 묶을 수 있는 일정한 크기로 자른 종이)에 써서 들고다니며 읽고 시시때때로 순서를 재배열하고 내용을 추가했다고 한다. 세 번째는 ‘다시쓰기(rewrite)‘다. 다시쓰기는 문자 그대로 초고를 그대로 두고, 초고의 내용을 작가의 내면에서 재정립하여 첫 문장부터 다시 쓰는 일을 말한다(물론 이건 원론적인 이야기고, 고칠 부분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그대로 두면 된다). 작품의 모든 요소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만 고치게 될 경우 글의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에 등장인물이나 사건, 배경 등을 자연스럽게 추가하거나, 작품의 스토리를 완전히 변경하는 경우에도 다시쓰기는 언제나 유효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고치기 과정을 위해서는 초고가 존재해야하는데, ‘초고 집필 이후 고치기’라는 과정은 영미권 작법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범적인 글쓰기다.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러한 작법(‘우선 빠르게 초고를 집필하고, 휴식을 가진 뒤 이후에 고쳐라’)을 설파하고 있으며, 반대로 존 스칼지는 “슬기로운 작가 생활"에서 이런 글쓰기 방법론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글 고치기 방법 중 무엇이 가장 좋을까? 글을 고치는데 몇 십년 시간이 남아있다면 계속 다시쓰기를 하다가 편집도 퇴고도 몇 년하면 이상적이지만, 세상은 작가가 이상적인 글을 쓰도록 도와주지 않는다. 써야할 글은 많고 마감도 눈 앞에 닥쳤다. 작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글을 쓰는 방법도 다르다. 작가마다, 그리고 글마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다. 충분히 만족스런 글이 쓰여졌다면 퇴고로 마무리를 하고, 아주 바쁘다면 편집만으로 글의 가치를 올려볼 법하며, 오래전의 초고를 꺼내볼 생각이라면 다시쓰기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우수한 초고라고 자신한다면 글을 거의 고치지 않고 내놓을 수도 있다(존 스칼지나 이영도 같은 작가들은 쓰기 전 머릿속에서 이미 완성된 원고가 있다고 자신한다). 글을 고칠 때는 일관된 원칙보다 글마다 대응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