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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표절인가?

표절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표절이 있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표절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 중요한 것은 ‘고유명사와 개념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이다. 전자는 사실 그렇게 문제 되지 않는다. 표절이 법적 문제로 넘어갈 경우 그냥 법대로 해버리면 그만이다. 문제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표절인데, 이 경우 훨씬 복잡하다. 표절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이것이 문제다 아니다를 왈가왈부 따지기 시작할 경우 팬과 안티팬의 여론전 양상을 띄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준이 모두 다르고 그 기준을 설득시키기 위해 모두가 입을 여는데 아무도 합의할 마음이 없으므로, 논란이 커지기만 한다. 문제는 표절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면서 윤리적으로는 그렇게 문제시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법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으면서 윤리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로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가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와 홍정훈의 “더로그"다. 두 작품 모두 D&D의 고유명사를 가져다썼고 원만히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작품의 명성에 비해 두 작품 모두 윤리적으로 큰 비난을 받지 않기도 했는데, 이는 단순히 작가의 팬층이 두텁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실 작품에 쓰인 고유명이 ‘다른 무엇으로 대체되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표절이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대체할 수 없는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되어도 상관없다면, 독자들은 윤리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 따라서 오마주와 패러디의 경우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마주’와 ‘패러디’ 모두 그 기준이 작중에서 ‘다른 무엇으로 대체되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윤리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고, 그렇기에 오마주와 패러디가 작품 속에서 쉽게 허용되는 것이다─물론, 이 문제는 더 복잡하다. 오마주는 그 자체로 다층적인 암시와 복선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패러디 또한 풍자의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윤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 각 작품의 오마주나 패러디가 얼마나 점진적으로 허용되어 왔고 많은 작품에 사용되어 왔는가 또는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가 같은 애매하고 모호한 기준이 추가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 애매모호한 기준에 판가름을 내리는 것은 원작자의 말이나, 원작자와 표절을 의심 받는 작품의 작가 사이의 합의, 원작자의 죽음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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