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1
예술적 감수성을 뮤즈라고 하기도 하고, 그러한 영감을 주는 인물을 뮤즈라고 하기도 한다. 후자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내가 이야기해볼 것은 재미없게도 전자인데, 어쩔 수 없다. 자가진단해보면 나는 준자폐아고 대인기피증에 공황장애도 다소 가지고 있다. 내가 사람을 만나 인사까지라도 하는 것은 대단한 노력을 요하는 일이며, 나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만나서 느끼는 즐거움 보다 그냥 소설책 한 문장을 볼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후자에 대해 궁금하다면 듀나 님이 써놓은 글이 있으니 알아서 찾아보길 바란다.
아무튼 내게 처음 뮤즈 - 좀더 친근하게 표현하자면 ‘그 분’, 또는 앞서 말했듯이 ‘영감’이라고 할 수도 있고, ‘삘’이 꽂혔다고 하기도 말하며, 좀 섭섭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그냥 잘 써지네’가 왔을 땐, 세상의 모든 것을 일단 뒤로 물려지고, 나와 백지만 남은 것 같은 착각에 들었다. 물론 빠져있을 때는 깨닫지 못하고, 나오고 난 뒤에야 그랬던 것 같다, 같은 어정쩡한 감상이지만. 이렇게 말해도 자칭타칭 글쟁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 이런 경험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 뮤즈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왓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