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의 개연성
이야기가 개연적으로 작동하면 멈출 수 없게 된다. 작가들이 흔히 말하는 ‘캐릭터가 스스로 움직이고 선택’하게 되는 경험이 여기서 나온다. 개연성으로 작동하지 않는 작품은 작위적이고 어색하며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 보여 독자의 작품 속 이입을 망친다. 개연성만으로 작품이 굴러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을 일으켜 세워야 하고, 캐릭터가 활동할 세계를 조직해야 한다. 제대로 짜인 캐릭터와 세계라면 거듭해 갈등이 일어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저절로 움직인다. 사건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작가가 도미노를 세워두고 밀어 넘어트린다는 비유 보다는, 캐릭터와 세계가 존재할 때 갈등의 순간을 포착해내고 그 뒤를 따라간다고 보는 쪽이 더 공감 될 것 같다.
사실 위와 같이 말했지만 나는 개연적으로 작동하는 작품에 손을 많이 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쓰기야 말로 작가와 글 사이의 갈등이다. 갈등 해소의 책임은 작가에게 있는데, 그저 지켜보기만 해서는 개연성에게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다. 영상 촬영에 비유하자면 개연성을 따라가는 것은 그저 자연적인 영상을 촬영한 것에 지나지 않고, 작가가 개입하는 것은 일종의 편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