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집필의 삼각형
쓰고 싶은 것과 써야하는 것, 그리고 쓸 수 있는 것에 대한 상충은 많은 작가들이 이야기 했지만 좀더 심도 있게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삼각형을 하나 그린 뒤 개념적으로 이것을 ‘소설 집필의 삼각형’이라고 부르고 각 꼭지점에 쓰고 싶은 것과 써야하는 것, 쓸 수 있는 것을 배치하자. 쓰고 싶은 것과 쓸 수 있는 것, 써야하는 것 모두가 일치하는 경우 삼각형은 안정을 이루고 이상적인 집필을 할 수 있지만 이런 작가는 많지 않다. 소설을 쓰는 많은 작가들은 각 꼭지점이 서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삐뚤어진다. 쓰고 싶은 것을 쓰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가 써야 하는 것(이것은 시장 논리가 앞선다면 시장 수요가, 공모전을 목표로 한다면 수상을 위한 전략이 된다)을 도외시하거나 쓸 수 있는 것을 살피지 않고 글쓰기에 좌절한다. 또 다른 꼭지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쓸 수 있는 것을 쓰는 것에 집중한다면 그 작가는 쓰고 싶은 것을 쓰지 못해서 글쓰기를 지속하지 못하거나 써야 하는 것을 쓰지 못해서 그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써야 하는 것에만 힘을 주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자신의 역량을 넘어선 일을 받게 될 수도 있고, 아무런 애정 없이 글을 쓰다가 글쓰기 그 자체를 혐오할 수도 있다. 균형이 흐트러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소설 집필의 삼각형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판단하고 어떤 능력을 갖춰야하는 것인지에 대해 자각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글을 쓸 때 쓰고 싶은 것을 추구하지 않는 작가는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다. 현대 한국에서 글쓰기를 통해 수익을 얻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그저 수단만으로 글쓰기를 택하는 것은 미련한 선택이다. 부업으로 시도한다고해도 적어도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정도의 욕구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떠한 판단이나 오류로 인해 이것을 추구하지 않는 경우, 많은 작가들은 글을 쓰는 동안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거나 좌절하여 지속 가능한 글쓰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보다 자신의 취향을 탐색하고 무엇을 쓰고 싶은지 욕망을 키워나가는 것이 좋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는 그저 글쓰기의 동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을 계속해서 쓰기 위핸 주된 동력이다.
써야 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작가는 집필 실패의 일반적인 타입에 가깝다. 물론 시장과 공모전이 요구하는 글이 정확히 무엇이라고 짐작하는 것에 있어서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생각보다 두루뭉술한 넓은 개념에서부터 포착하지 못하는 작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우 자신이 써야하는 글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자신이 목표로하는 글들을 찾고 그러한 글들이 어떤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장르에 속하고, 어떤 부분에서 가치 있게 평가 받는 것인지 탐구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해당 분야의 글들이 그 위치에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직 써야하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광장에 글을 공개하여 어떤 피드백을 받기 이전까지는 작가 개인, 또는 작가 주변 소수의 판단만으로는 확신하기 힘들다. 이와 같은 경우 작가는 자신이 어떤 글을 읽었으며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에 따라 가늠하고 그러한 스타일에 비슷할수록 그러한 글을 쓸 수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시도와 그에 따른 실패다. 실패는 어떤 일에 있어서 부정적인 요소로 취급되기 쉽지만, 기회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글쓰기의 경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자신의 글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되기 때문에 긍정적 요소가 분명 있다. 이러한 요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 번의 글쓰기에 지나친 자원을 투자하지 않는 방식이 적합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법은 지금까지 쓸 수 없었던 글들에 대한 숙련도를 올릴 많지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잦은 실패는 쓸 수 없었던 글들을 쓸 수 있게끔 하게 해준다.
만약 소설 집필의 삼각형의 각 꼭지점을 늘려 반듯한 정삼각형을 만들지 못한다고해도 방법은 있다. 현재 써야하는 글의 균형점을 옮기는 것이다. 쓸 수 있는 글이 너무 두텁다면 균형점을 살짝 아래로 옮기고, 또는 써야 하는 글에 너무 몰입하고 있다면 균형점을 살짝 오른쪽으로 옮기고, 또는 쓸 수 있는 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 균형점을 왼쪽으로 또 옮기는 것이다. 모든 글을 현재 능력을 모두 가용하여 글을 쓸 필요는 없다. 글에 따라 작가 자신의 삼각형에 맞는 적합한 균형이 있을 수 있고, 여기에는 작가의 유연한 균형 감각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