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에서의 라이트노벨의 유산
판타지와 SF, 로맨스같이 작품의 내적 규칙을 따르는지를 기준으로 라는 ‘내적 장르’가 존재하듯, 웹소설과 라이트노벨, 제도권 소설처럼 집필 방법과 독자 관계, 플랫폼으로 구분되는 ‘외적 장르’가 있다. 이런 외적 장르도 내적 장르처럼 그 기준을 잡기 힘들고 독자와 독자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려 안타까운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황새들 사이에 뱁새가 있으면 귀엽긴 하겠지만, 뱁새는 나름의 보폭으로 걸어야 한다. 뱁새는 애초에 황새들 사이에 있지 않으면 다리길이로 비난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물론 난 부당한 비난이라 보지만). 아무튼 장르의 기준을 설정할 때 광의와 협의 말고도 다른 기준이 있다. 광의의 라이트노벨은 라이트노벨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소설이지만, 협의의 라이트노벨은 라이트노벨로 출간되는 모든 소설이다. 후자가 널널해보이지만 이 기준에서 생각보다 많은 작품들이 탈락한다. “빙과"와 같은 캐릭터 추리 소설들과 파우스트 계열 작가의 작품들, 라이트노벨을 내세우지 않지만 그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된 성인소설들, 일러스트는 없으나 라이트노벨을 의식한 수 많은 캐릭터 소설들(되자류)까지. 그리고 한국에서라면 아카데미물이라고 불리는 소위 ‘캐빨물(캐릭터 소설)‘이 이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그 외에도 노벨피아에서 연재되는 많은 작품들도). 나는 협의의 기준을 존중하지만, 라이트노벨을 레퍼런스로 삼아 오마주하고 그 경향성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굳이 ‘라이트노벨 아님’으로 되받아쳐야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들은 외적으로 라이트노벨이 아닌 웹소설이지만 내적으로는 라이트노벨의 영혼(아니면 운영체제)을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이다. 장르는 상호배타적이지 않고 중첩된 상태를 인정한다. 하나의 장르로 정의된다고해서 다른 장르가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또한 이런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왜곡을 가져온다. 웹소설에선 라이트노벨과 같은 글을 쓸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이다. 하지만 작가도, 독자도 그러한 인식 밖에서 라이트노벨의 유산을 즐기고 있는데 라이트노벨로 인정할 수 없다는 보수성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