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안은 정당하다
잘 쓴 글은 잘 쓴 글이고 못 쓴 글은 못 쓴 글이다. 난 잘 쓴 글을 못 썼다고 하거나, 못 쓴 글을 잘 썼다고 하는 것은 겸양이나 자신감의 문제 보다는(그런 게 있긴 하겠지만) 그냥 얼마나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느냐의 태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객관적인가가 아니라 객관적이려고 하느냐. 자신감 있는 태도가 언제나 좋지는 않다. 1대 100의 경쟁을 하는 공모전이 있고 여기에 공모하는 사람들 모두가 공모전에 당선되고 싶어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당선되는 사람은 100명 중의 한 사람 뿐이다. 자신감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자신감이 있으면 글을 쓰기 더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글이라는 건 자신감이 있거나 말거나 겸양을 떨거나 말거나 써야하는 것이다. 자신감이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엉터리 같은 글이라도 내놓아야 할 때가 있고, 그것에 대해 작가 자신이 좋게 평가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좋은 글로 읽는 건 아니다. 그 둘은 별개다. 작가 자신이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정말로 좋은 글이고 사람들의 평가도 좋다면 가장 좋겠지만, 언제나 그런 상황에서 글을 쓸 수 있지는 않고,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나는 작가가 자기 글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은 문제가 있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불안은 정당하다. 이 글이 어떻게 판단 될 지는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서의 자신감(또는 자만심)만이 아니라 다소 볼품없고 좌절스럽더라도 끈덕지게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것 모두 긍정되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