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소설쓰기 11칙(1)
장르소설은 규칙으로 성립한다.
각각의 장르는 그 장르를 규정하는 규칙이 있고, 소설은 그 규칙을 수행하는 것으로 그 장르로 정의된다. 이것을 부정적으로 말하면 클리셰가 된다. 중립적인 표현에서 이런 클리셰는 잘게 쪼개어져서 플롯 장치, 장르소, 해시태그, 속성, 트롭 등등으로 불린다. 이런 정의들은 일관되지 않지만 무엇을 가리키는지 비교적 명확하며 묶어서 장르 요소라고 부를 수 있다. 장르 요소는 이런 것이다. 이를테면 절벽에서 떨어져 기연을 발견하는 주인공이 나온다면 무협의 요소다. 드래곤이 폴리모프를 해서 미소년이 된다면 1세대 판타지의 요소다. 광선검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요소다. 장르소설에서 사용되는 각종 요소에 대해 알지 못하고 그것을 사용해야만 장르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는 이미 존재하는 레고 블럭이며, 장르소설은 이 블럭을 통해 만들어내는 레고 놀이에 가깝다. ‘놀이’인 이유는 각각의 블럭은 서로 결합하지 않을 수도 있고, 보기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작가가 요소들을 취사선택하고 보다 그럴듯한 모양으로 꾸미려는 노력을 기해야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포기하고도 글을 쓸 수 있지만 그런 경우 레고 놀이는 중단된다. 그것은 레고 놀이라기보다 레고를 활용한 다른 종류의 공예에 가까울 것이다.
규칙은 깨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장르가 이미 존재하는 요소만으로 글을 쓰지는 않는다. 즉, 앞서 언급한 ‘다른 종류의 공예’ 또한 결과적으로 레고로 성립될 수 있다. 이를테면 레고에는 ‘Green Frog 4157270’라는 개구리 블럭이 있다. 한칸에 불과한 유선형의 개구리를 느슨하게 표현한 블럭이다. 하지만 ‘분재 나무’라는 제품에서 이 블럭은 색을 분홍색으로 바꾸어서 벚꽃나무의 벚꽃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멀리서 보아선그저 둥그스름한 모양새라 개구리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확실히 벚꽃처럼 보이기도한다. 개구리가 벚꽃이 된 것이다. 같은 블럭임에도 이렇게 쓰임새를 달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장르소설에서의 요소가 항상 한 가지 방법으로만 사용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클리셰 비틀기’는 이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플롯 장치 중 하나다. 주인공 일행에게 늘 패배하기만 하던 악당이 승리해내는 장면, 기사가 공주를 구하기 위해 고성에 드래곤을 죽이러 갔더니 공주와 드래곤이 한 침대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는 장면, 이세계로 간 고등학생이 등장하자마자 사망하는 장면 따위가 그렇다. 또한 소설에는 이미 존재하는 요소에 이미 어울리거나, 새로운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요소를 추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규칙을 깨려면 규칙이 뭔지 알아야 한다
다만 요소를 추가할 때는 금기사항이 있다. ‘이미 존재하는 요소는 추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바퀴를 다시 발명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이런 종류의 실수는 1)작가의 해당 장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게 만들며 2)때문에 독자의 작가와 소설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킨다. 3)그리고 실제로 독창성이 없다. 그 장르를 모른다면 그 장르에서 가장 단순한 요소=블럭만 가져와서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마사토끼가 말했던 것과 같이, ‘헤메는 사람은 모두 비슷하게 헤’메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