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소설쓰기 11칙(2)
일단 총을 쏴라. 그다음 과거로 돌아가 총을 놔둬라.
체호프의 권총은 1막에 총을 등장시켰다면 3막에선 그걸 쏘라는 이야기다. 이것은 복선에 대한 설명이다. 그리고 총을 쏜 뒤에 과거로 돌아가 총을 놔두라는 건 복선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소설은 시간순서에 따라 읽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작가도 자연스럽게 그것을 따르곤 한다. 하지만 소설 집필은 그보다 더 자유롭다. 소설 작법에선 흔히 ‘쓰고 싶은 장면을 먼저 써라’라는 노하우가 돌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일을 가장 먼저 해야 된다는 것이다. 어중간하게 서두를 써두거나 이런 캐릭터나 저런 사건을 잡아두지 말고, 폭발을 쓰고 싶으면 폭발부터 시켜라. 이게 소설의 첫 장면이다. 이제 그 첫 장면이 어떻게 벌어지는지에 대해 서술해라. 이제 소설은 두 부분이 되었고 다음을 쓸 것인지, 그 사이를 쓸 것인지 그 이전을 쓸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소설의 1막은 최초의 쓴 장면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서 선택되어진다.
걷지 말고 달려라.
인물들은 어지간하면 달려야 한다. 직접 달리지 않더라도 말을 타고 달리거나 차를 타고 달리거나 아무튼 달려야한다. 작품 속 캐릭터들은 파쿠르를 해야한다. 최소 동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거리를 이동한다면 장면은 생략되겠지만 그건 작품의 호흡이 길어진다는 뜻이다(독자들은 그 사이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무얼 아는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걷는다면 지루해진다. 인물들이 걸어가는 동안 화자는 느긋하게 불필요한 설명을 시도하게 된다. 물론 걸어야할 때도 있다. 하나는 이미 충분히 뛰었을 경우다. 재정비를 하고, 다음 달리기를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엔 차라리 멈춰서는 쪽이 낫다. 다른 경우는 서스펜스를 발생시킬 때다. 암살자가 주인공이 누운 침대를 향해갈 때는 걷는 게 낫다.
둘 중 하나의 사건은 나와야 한다. 사람이 죽거나, 세상이 멸망하거나.
소설에선 읽을 가치가 있는 사건이 등장해야한다. 반 다인은 살인사건 정도는 되야 추리소설로 다룰 가치가 있다고 했다. 다른 예도 있다. 이차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 판타지라면 세계의 존망 정도는 걸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세계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이유가 없다. 일상을 다루는 작품이라고해도 이것의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 일상을 대상으로 한다면 한 인물의 내면 세계가 바뀌는 정도의 사건이어야 한다. 아니면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거나.
싸우는 중에 말해라.
한 번은 수업 시간에 이 클리셰에 대해 지적 당해 자리에서 일어난 적이 있다. 나는 의도하고 썼다고 말했고 선생님은 그냥 앉으라고해서 앉았다. 사실주의 소설에서 싸우면서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 우선 칼을 베는 사이 동작에서 그렇게 길게 말할 시간은 없다. 적을 대치하고 한참 떠드는 건 어색하다. 진짜 같지 않다. 하지만 전투와 액션은 장르소설 독자들에게 있어 그 자체로 불신을 유예받는 지점이다. 무언가 굉장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좀더 자세한 설명은 물론 이에 대한 인물들의 상황을 이해하고자 한다. 감정이 노출되는 이 장면은 손쉬운 선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분명 의미있는 가치를 창출한다. 할 말은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