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전환
초자연적 현상을 현실적인 사건으로 대체하는 걸 뭉뚱그려서 말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바스커빌 가의 개” 같은 작품에 대해서 초자연적 현상을 현실적인 사건으로 대체했다고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셜록 홈즈는 현실에 기반을 둔(리얼리즘) 미스터리이기 때문이다. 많은 미스터리는 일견 불가능한 사건이라고 독자에게 제시하기 위해서 초자연적이거나 환상적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한다. 이것은 미스터리가 과학적 방법론과 이성을 통한 논리가 사회의 주된 가치로 상승하던 시기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실에 기반을 둔 미스터리에서 현실성은 그 자체로 가치가 된다. 하지만 셜록 홈즈는 시리즈물로 “바스커빌 가의 개"는 후기 작품이다. 대부분의 독자는 해당 작품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 알고 있으며, 단독 작품으로 보더라도 이성에 근거한 해결을 꾸준히 암시하고 있다. 해당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 소설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작품들이 존재한다. 분명 초자연적 현상인 것처럼 던져두고, 알고보니 현실적인 사건을 오해했다는 식으로 끝나는 작품들이 있는데 나는 이런 작품은 ‘장르 전환’이 일어났다고 본다. 장르 전환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영화 “기생충"은 대표적인 장르 전환 작품이다. 블랙코메디인 영화의 초기와 미스터리인 중기, 그리고 스릴러인 후기는 매끄러운 전환이 몇 번이나 일어난다. 기생충은 이 장르 전환을 잘 살렸고 덕분에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다. 그렇지만 대체로 장르 전환에 대한 독자(관객)의 평가는 박하다. 어떤 독자들은 장르가 갑작스럽게 전환되면 속았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 이야기가 떨어질 일종의 포물선을 그리는데 장르 전환은 이 포물선을 어그러트리기 때문이다. 좋은 장르 전환은 다수 독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만 나쁜 장르 전환은 독자들에게 상반된 평가를 만들어낸다. 위의 예시를 가져오자면 어떤 독자는 초자연적 존재 그 자체에 가치를 두지만, 어떤 독자들은 현실적인 사건을 선호하기 때문에 좋다고 평가한다. 미스터리와 호러, 스릴러는 도입부의 긴장감이 닮은 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장르 전환에 있어서 자유로운 부분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암시와 복선, 독자가 그리는 포물선을 예상하지 못한 서술은 나쁜 장르 전환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