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는 것
사람들은 소설이 재미있어서 다음 페이지(또는 다음편)를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페이지를 넘겼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재미있다’는 후술되는 감정이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요인은 호기심이거나 기대감일수도 있지만 습관이나 의무감, 아니면 반사적일지도 모른다. ‘재미있다’를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것이 특정한 무언가가 아니라 개인의 작품에 대한 어떤 총체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취향과 호오, 놀라움이나 감정의 움직임 등을 재미의 요소로 내재화하고 있으며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문자 그대로의 재미있는 작품을 쓰기 위한 노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 그런 노력은 실제론 작가 개인의 자신에 대한 취향을 작품에 반영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작가 개인의 취향과 예상 독자가 되는 시장의 일반적인 취향과 일치한다면 그 노력은 성취를 보겠지만, 창작자들은 일반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패한다. 그러니 작품 창작에서 독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작법은 보다 부분적인 요소들, 앞서 언급한 호기심과 기대감 등의 긍정적 요인을 자극하고 습관과 의무감, 반사 같은 독서의 지속력을 해치지 않는 것에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독자에게 중요하지 않아서 정말로 재미있다는 감각을 주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취향이 달랐을 뿐이다.
장르소설 작법 최대의 적은 ‘재미지상주의자’다. 재미있게 쓰면 된다는 말만 하지만 재미가 무엇이고 그 재미를 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설명할 수 없으며 재미가 무엇인지 고민하지도 않겠다고 굳게 다짐한 사람들이 있다. 재미있는 건 보면 안다, 즉 직관적으로 안다고 한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안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구나 책 읽고 평점을 매긴다. 그 정도 직관은 정말로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그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왜 저 사람은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이 사람은 댓글 하나 달리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