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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 없는 웹소설

현대 판타지는 기존 특전의 이미지가 완전 소진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특전 없는 소설’이 흥할 거라고 본다. 정확히는 기존에 ‘특전이라고 여겨지던 요소’, 즉 회귀·빙의·환생 등을 사용하지 않는 종류의 작품군. 이미 많기도 하다. 예를 들면 천재물(주인공이 특정 분야의 절대적 천재), 또는 하룻밤물(주인공과 하룻밤을 보낸 인물이 사실 아주 높은 지위에 있음), 로또물(우연히 큰 복권에 당첨됨) 등이 있기도 하기 때문. 이런 웹소설은 진짜 특전 없는 소설이라기보다, 겉보기에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소설. 정확히는 로우파워 특전이라고 할만한데, 회귀·빙의·환생 같은 하이파워 특전은 식상한 것고 식상하지만 사건의 전개 속도가 너무 빨라서 웹소설에서 요구되는 촘촘한 전개가 어렵다. 특히나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이상 하이파워 특전은 사용 여하에 따라 먼치킨의 무기기도 하다. 기존 하이파워 특전이 모두 사라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로우파워 특전이 대세가 되고 자리를 잡을듯. 시간이 지나면 로우파워도 강화되어서 사실상 판타지라고 할 수 없는 종류의 웹소설이 대세가 될 것이다. 웹소설 작가들은 별 기대를 안 하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 영상화 우위도 있고, 적어도 표면적으로 장르성이 숨겨지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더 많은 지지를 받지 않을까 싶다.

그럼 왜 처음부터 로우파워 특전이 흥하지 않았는가? 간단하지만 현대 판타지는 놀랍게도(또는 놀랍지 않게도) 기존 장르 판타지(하이 판타지, 2차 세계)의 후손이다. 하이 판타지가 판타지 중 가장 장르적으로 코어하다. 초기 하이 판타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아니라 역사로 기록되지 않는 ‘먼 과거’였고, 서술자는 그 세계와 연관하여 그 세계의 역사를 저술하는 사관으로서 소설을 썼다. 개념적으로 2차 세계를 받아들이는 건 아주 높은 추상적 이해가 필요하다. 장르적 도구가 없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장르 판타지 독자 마저도 이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많은 공이 든다. 머릿속에 세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것은 작가만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한국 현대 장르 판타지는 완전히 구분된 하이 판타지에서 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가정하는 퓨전 판타지, 그 다음 하이 판타지를 게임적으로 이해하려는 게임 판타지, 이어 게임이 현실이 되는 게임 빙의물과 게임이 현실로 닥치는 헌터물로 점진적으로 가까워졌다. 이윽고 웹소설이 시작되며 헌터물의 연장선에서 현대 판타지가 등장했다. 이제 현대 판타지에서 쓰이던 과거의 하이파워 특전들의 ‘환상성’마저 독자들에게 걸리적 거리는 요소로 쓰이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리얼리즘 소설이 장르 판타지에 비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새로운 세계룰 구축하는 노동이 필요 없고, 덕분에 더 높은 구체성의 세부로 곧장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불신을 유예시키는 도구는 적게 쓰일 수록 좋고, 현대 판타지는 특전을 제외하면 약간의 환상성에 기댄 비약만 남는다. 그 정도는 개연성만으로도 독자를 납득시킬 수 있다. 웹소설 독자라고해서 그런 피로를 느끼지 않을리 없는 것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웹소설 작가의 발전한 작법이다. 웹소설은 펄프픽션과 연재소설, 구술문학 등의 연장선상에 있긴 하지만 새로운 종류의 문학인 것은 확실하다. 내가 아는 한 그 어떤 시대의 어느 장소에서도 이런 많은 작가가 이런 많은 분량을 이런 빠른 속도로 이렇게 많이 돈을 벌었던 시장이 없다. 웹소설의 최전선은 한국과 중국 정도다. 그만큼 웹소설 작법도 빠르게 발전하면서, 상업소설로서 어떻게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내는가에 매진하며,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글을 최적화 해낸다. 덕분에 ‘웹소설 작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이론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해도, ‘웹소설 작법’을 체화한 작가는 상당히 많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선 확실히 어떤 임계점을 넘었다는 느낌이 든다. 신인 작가의 시장 진입이 몇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졌고, 시장은 더 선명한 압정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기성 작가들이 확실하게 웹소설을 쓸 수 있게 되면서 기존에는 부담스러워했던 어떤 도전들에 너그러워지면서 과거에 비해 작품군이 더 다양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파워 특전을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레드오션에 도전하는 셈이다. 물론 외부에서 봤을 때 작품의 다양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웹소설을 키워드의 장르, 모티프의 장르라고 한다면 주인공에게 주어지며 다른 캐릭터들과 구분되어 지는 어떤 힘, 즉 특전만으로도 확실히 작품은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더 다양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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