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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SF의 기준들

하드SF에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내 기준은 ‘소설 내에서 비과학적 요소를 독자에게 과학적으로 설득하려고 듦’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과학적 요소’는 외삽 또는 사변과 같은 장르 SF를 형성하게 하는 주요한 아이디어를 말하는데, 중요한 건 설득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설득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드SF를 정의할 때 자주 나오는 ‘엄밀함’은 솔직히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작가에게 작품에서 어려운 기술적 용어를 써야 한다고 믿게끔 만들 뿐이지, 실제론 작가도 독자도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다(물론 그런 것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긴 할텐데 논문과 같은 명확한 언어를 쓸 필요는 없다는 것). 엄밀함은 제도권의 사실성이란 가치를 떠오르게 하는데, 정작 소설은 사실성이 아닌 개연성으로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하드SF에서도 엄밀함 보다는 개연성, 불신의 유예를 위한 플롯 장치가 더 중요하다. 기술 용어는 그 자체로 엄밀함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엄밀해보이도록 만드는 플롯 장치다. 하드SF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엄밀성이 아니라 비과학적 요소가 존재해야 된다는 것이다. 하드SF는 가능하다고 확인된 과학기술만 등장하는 근미래SF도, 현재 기술이 잠재한 공포를 시뮬레이션하는 테크노스릴러도 아니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는 것이 나와야만 한다. 때문에 많은 하드SF는 판타지가 보여주곤 하는 마법의 순간이라고 할만한 장면이 있다(그래서 나는 하드SF와 판타지가 가깝다고 생각한다). 유리 감옥에서 잘려지는 목들, 대수학자에서의 드웰러의 비밀, 네 인생의 이야기의 마지막 담백한 독백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게 없으면 하드SF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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