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rae.me

화려체를 쓸 때

문장을 짧게 쓰라는 것은 그냥 짧으면 그만큼 범하는 오류가 줄어든다는 단순한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비문/오문을 쓰지 않는다면 문장을 길게 쓴다고해서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 많은 수사와 형용사가 들어가는 화려체는 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소설의 묘사는 그냥 문장이 이뻐서 넣는게 아니다. 글쓰기가 경제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글쓴이들이 하는 이야기니 덧붙여 말할 것이 없다. 묘사를 통해 어떤 세부가 드러난다면 그 세부는 소설 속에서 둘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어야 한다. 첫 번째 기능은 그 자체로 미적인 가치다. 좋은 문장은 그 자체로 오락이니까. 묘사의 쓸모는 두 번째 기능에 달렸다. 이후 전개를 암시하거나 복선이 되거나 반전의 근거가 되거나 독자에게 심상을 부여해 작품의 분위기를 좌우하거나 평탄한 서술에 요철을 넣어 활력을 불어넣는 등의 쓸모를 말한다. 그냥 등장인물의 모습을 묘사하고 싶었다 등 기분의 문제는 기능적이지 않다.


← 쓸 수 없는 것 쓰기  표절과 클리셰는 어떻게 다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