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판타지 소설이 없는 이유
소위 1세대 판소의 자유분방함에 대한 노스텔지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현재 웹소설과 비교할 정도의 경쟁력 자체는 없음 당시 소설들이 출간까지 이어진 건 시장 개척자라 다른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임. 소위 정판은 지금도 팔리는데 1세대는 플롯 층위가 그냥 안 팔리게 생김. 정판이 나와도 1세대 판소가 호출되곤 하는 걸 보면, 정판과 1세대 판소는 접점이 많지만 아무래도 구분점이 있고 그게 플롯이 아닌가 싶다. 웹소설을 정의하는 게 또 플롯이기 때문에. 웹소설은 간단하게 우상향 플롯 정도로 부를 법한데, 1세대 판소는 훨씬 자유분방하다. 드래곤 라자는 야트막하게 상승하고 내려가길 반복하다 시작된 그 지점에 다시 도달하고, 더로그는 중간에 추락을 좀 하다가 조금 높은 지점에 도달하고, 데로드엔 데블랑은 오르는가 싶더니 그냥 바닥에 내리꽂는다. 웹소설엔 이런 종류의 플롯이 그냥 없다. 그때는 좋았다는 사람들은 플롯이 색다른 맛을 줬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건 연재소설에선 안 좋은 플롯이다. 그때는 더 좋은 플롯에 대한 합의가 없었기에 서로 경쟁하지 않았지만, 웹소설에서는 더 좋은 플롯이 뭔지가 알기 때문에 플롯은 고정되고 다른 부분에서 차이점을 두게 된다. 자유분방한 플롯이 주는 차이는 다른 소설과 구분되는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때문에 노스텔지어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사실 지금도 그런 작품들이 꽤 나오고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진실을 말하자면, 사람들은 1세대 소설의 모든 요소를 별로 안 좋아한다. 장르 판타지에서 스킨만 바꿔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건 일종의 낭비다. 작가도 독자도 힘들기 때문에 같은 역할(잡몹)을 가졌으면 같은 이름(오크)으로 부르는 것이다. 선험적 지식(회빙환천재 등등)이 없으면 긴장감이 생기고 기대감도 없으니 안 본다. 비극적인 건 안 본다. 등등. 잘 쓰면 된다고 하는데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잘 쓰는 사람들이 다 똑같은 판타지에 남자 주인공으로 회빙환천재 넣으면 더 많이 본다. 잘 쓰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라서 돈을 덜 버는 실수 같은 걸 하지 않는다. 다른 방법론이 없는 건 아니고 그걸로는 절대로 밥도 못 먹고 산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다른 소설에 비하면 시장이 괜찮다는 웹소설도 소설이란 한계는 못 벗어나서 딱히 험한길 가는 사람 대우 해주지는 않는다.